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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정신질환 당사자와 어울려 사는 건강한 사회'를 위한 호소 -한국정신건강복지센터협회 입장문-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18-07-24 00:00:00

 지난 78일에 발생된 경북 영양의 경찰관 사망사건,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폭행 사건, 응급의학과 의사 폭행사건과 같은 범죄로 인해 우리사회가 들끓고 있다. 그리고 이 사건을 통해서 우리 사회는 다시금 정신질환 특히 조현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편견과 오해의 시선으로 이 문제를 해결 하려고 하고 있다. 2016년에 발표된 국가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에 따르면 정신질환의 평생 유병률은 25.4%로 전국민 중 4명중 1명은 평생 동안 한번은 정신질환을 경험 한다고 한다. 조현병과 같은 정신병적 장애도 평생 유병률이 0.5%로 보통 아 파트 한 개동에 2~300명이 거주한다고 본다면 이중 1~2명은 정신병적 장애를 겪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굳이 이러한 통계수치를 언급하지 않아도 정신질환은 결코 특별한 사람들만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자신 또는 가족이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이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또한 여러 논란은 있지만 우리 사회가 우려하는 정신장애인의 인구 10만 명당 범죄율은 33.7명으로 일반인들의 범죄율 68.2명보다 높지 않고 재범률 도 일반인의 범죄 재범률에 비해 크게 높지 않음에도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만 가혹한 사회적 시선을 보이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보지 못 하는 우리사회의 미성숙한 측면인 것이다. 정신질환을 언제까지 범죄와 비정상의 틀에서만 바라보면서 외면하고 정죄하려고 하는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보다는 늦은 1997년 이 돼서야 정책적 움직임을 보이게 되었다. 바로 전국에 정신건강복지센터 라는 기관을 두면서 미국과 호주 등 공공정신보건의 선진국에서 시행되었던 병원중심이 아닌 지역사회 중심의 정신보건사업을 수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전국의 220여개의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방문하면 조현병을 앓는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는 약 125천여 명의 정신질환을 가진 이들의 재활, 취업, 재입원 방지, 가족지원 등 전문적 인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이미 역사적으로 충분히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과 격리의 역사를 갖고 있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전후해서 정신장애인들을 전국의 기도원과 형제복지원과 같은 비인권 시설로 몰아내고 사회와 격리시킨 채 40여년을 보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후 1995년 정신보건법이 제정되고 정신장애인들이 지역사회로 나오기 시작하고 나서야 보건 복지서비스가 제공되기 시작했지만 사회적 시선과 정책적 우선순위는 여전히 낮은 수준으로 충분히 재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이 는 수치로도 드러나고 있는데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민 1인 당 정신보건지출은 44.8달러로 미국의 272.8달러, 일본의 153.7달러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러다보니 정신보건인력들도 인구10만 명당 영국의 318.9명에 비해 1/10가까이 적은 42.0명 수준이다. 그러다보니 대한민국의 정신장애인들은 지역사회에서 살기보다는 주로 정신병원에 삶을 살아가는 것이 대부분이다. 2016년 기준 우리나라의 정신병원의 재원일수는 303일인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정신병상 수는 2014OECD 회원국 가운데 상위 4순위(0.98), 벨기에(1.74), 노르웨이(1.16), 체코(0.96) 이어 인구 대비 정신병상 수가 많으며 OECD 회원국 가운데 유일하게 꾸준히 정신병상 수가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입원중심의 치료와 돌봄은 정신장애인의 인권과 재활에 있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은 이미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정신장애인에 의한 폭력적 사건들의 발단은 조현병과 같은 질환의 특성에 도 그 원인이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강제적인 입원을 경험한 이후 다시 가족들과 사회에서 배제되고 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된 현상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나라 정부도 1995년 정신보건법 제정이후 지역사회 중심의 정신보건 정책을 표방하고 시행해왔다고 하고 있으나 사회적 편견과 정책적 우선순위에서 밀려나서 이들을 충분히 돕기에는 여전히 부족 한 실정이다. 지역사회 정신건강복지센터, 정신재활시설과 같은 기관들에서 도움을 받고 있는 정신질환자는 겨우 2.4%(125천명)에 불과하다. 그러 다 보니 퇴원한 정신질환자들의 21.6%가 다시 며칠 내에 재입원하고 있는 현실이다. ‘조현병 환자의 묻지마 범죄라는 사회적 프레임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 던 우리 사회의 시선이 오늘 다시 되풀이 되지 않아야 한다고 강력히 말하고자 한다. 우리 250여개 정신건강복지센터의 25백 명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신건강전문요원들은 작금의 상황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는 바 이다. 정신장애인도 인간답게 잘사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우리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정신장애인이 눈에 띄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우리 의 방향이 아님을 우리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조금 더 성숙한 시선으로 이번 사건들이 우리에게 던지는 과제가 무엇인지를 함께 살펴보고 사회적 대안을 만들어가는 귀한 기회로 삼자고 간곡히 호소한다.

20187월 한국정신건강복지센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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